안동시(시장 권기창)는 현재 추진 중인 대구․경북 행정통합 과정을 연일 비판하며, 행정통합 무산을 향한 행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11월 18일(월), 김학동 예천군수와 함께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진행된 대구경북 행정통합 북부권 설명회에 참석해 다양한 관점에서 행정통합의 논리를 반박하고 비판했다.
11월 19일(화)에는 안동시청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반대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권 시장은 회견문과 질의응답 등을 통해 행정통합에 대한 문제점을 강조했다.
회견문에서 권 시장은 “안동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며 “하지만 안동시민과 함께 난제를 잘 해결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경북 모든 시‧군에 발전을, 모든 도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통합을 해야 하지만, 통합하면 경북은 대구의 발전 수단으로 전락할 뿐 경상북도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첫째, 대구는 뉴욕처럼 경제수도로, 경북은 워싱턴처럼 행정수도로 만들 것 △둘째,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 위임하는 특례는 사전에 지방자치법 등에 명시할 것 △셋째, 통합에 찬성하는 시군이 적어도 2/3가 넘을 때 추진할 것 △넷째, 장밋빛 허황된 비전이 아니라 예산이 확보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담을 것을 주장하며 “더 깊게, 더 오래, 더 단호하게 숙의해 경북도민의 힘으로 새로운 경북의 미래 희망을 만들어 가자”는 이야기도 전했다.
<기자회견 전문>
대구‧경북 행정통합, 무엇이 문제인가
안동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습니다. 그러나 신은 용기 있는 자를 결코 버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위대한 안동시민과 함께 난제를 잘 해결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꽃 피는 봄은 반드시 옵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결코 정치‧행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경북도민과 대구시민의 생존권이 달려있습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경북 모든 시‧군에 발전을, 모든 도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통합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구경북특별시’라는 이름처럼, 대구가 경북을 흡수하여 경상북도는 사라지고, ‘경북’이라는 이름으로 자랑스럽게 불리던 각종 기관이 통합될 것입니다. 그러면 대구보다 인구가 적은 현재의 경북도민에게 많은 관심과 혜택을 줄 수 있겠습니까?
대구‧경북은 유구한 역사 동안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성장했습니다. 2026년 경북도지사와 대구광역시장의 임기에 맞추어 성급히 통합할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통합을 빨리 안 한다고 국가가 대구‧경북이 망하도록 방치하겠습니까?
대구‧경북은 한 가족입니다. 1981년에 대구가 경북에서 분리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하더라도 통합시의 명칭을 ‘경북대구특별시’로 해야 마땅하고 본청도 경북에 두어야 당연합니다. 그런데도 대구에 편입되는 모양새는 경북의 정체성 상실은 물론, 자존심을 끝없이 추락시킵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방소멸과 저출산을 극복하여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것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통합의 기대효과로 성장잠재력인 공항, 항만을 가지게 되고 원전과 수자원 등 지가가 저렴하고 에너지원이 풍부한 땅을 확보하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역설하면 경북을 대구의 발전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경상북도와 대구시의 통합발전전략은 현실과 다른 기대효과, 짜깁기식의 특별법안, 허술한 발전 방안뿐입니다. 이런 식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490만 명의 경북도민과 대구시민을 위험한 시험에 몰아넣는 것과 같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행정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후 정치적 합의를 거쳐 법률적 합의를 이루어야만 올바른 통합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첫째, 대구는 뉴욕처럼 경제수도로, 경북은 워싱턴처럼 행정수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명칭은 대구가 경북에서 분리되어 나갔기 때문에 경북대구특별시로 하고 통합청사는 경북도청에 두어야 합니다.
둘째, 균형발전과 지방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 위임하는 특례는 사전에 지방자치법 등에 명시해야 합니다. 경북과 대구가 사회적‧행정적 합의를 거쳐 만든 행정통합에 관한 특별법안이 중앙정부와 국회의 동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고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경북대구 행정통합은 22개 시군이 각각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통합에 찬성하는 시군이 적어도 2/3가 넘을 때 추진해야 합니다. 각 기초자치단체는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광역 단위의 주민투표는 지역별 인구 차이에 따라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시군 1의결권’이라는 동일한 가중치를 두고 찬반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넷째, 경북대구 행정통합에 따른 발전전략에는 장밋빛 비전이 아니라 예산이 확보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담아야 합니다.
눈길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걷지 말라고 합니다. 오늘 내가 걷는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북의 미래를 위해, 경북도민의 행복을 위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 할 때는 더 깊이 있는 고민과 숙의가 필요합니다.
쉽고 빠르게, 가벼이 결정하지 말고, 더 깊게, 더 오래, 더 단호하게 숙의하여 경북도민의 힘으로 새로운 경북의 미래 희망을 만들어 갑시다.
포기하지 맙시다. 옳지 못한 것은 바로 잡읍시다. 이 순간,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이 경북의 희망, 안동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김승진 기자 tkon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