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들의 삶, 나아감과 물러남
2021년 12월 7일(화)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에서는 2021년 기탁문중예우홍보특별전-연안이씨 식산문중 ‘식산, 은거의 삶을 말하다’전시를 개최한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지식인으로서 세상을 바꾸어야 할 상황이 되면 세상에 나아가서 만민의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자신이 없으면 재야에 은거하면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선비들은 벼슬에 나가는 것과 물러나는 것을 판단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결단으로 생각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물러나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후학을 양성하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았던 연안이씨 식산문중의 자료를 통하여 선비의 은거를 보여주고자 이 번 전시를 기획했다.
은거하는 선비의 올바른 자세
상주에 내려와 대대로 살았던 연안이씨 식산문중은 조선 숙종대 식산 이만부가 정착한 이래 올곧은 선비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가문의 전통으로 생각했다. 식산 이만부의 선조들은 조선시기 중앙정계에서 광범위한 활동을 하면서 경기지방의 남인들과 혼인하는 등 경기지방의 대표적인 가문으로 인정받았으나, 이만부대에 이르러 치열한 당쟁과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하여 상주지방으로 낙향하게 되었다.
이만부는 아버지 이옥의 유배를 따라가 생활한 이후 관료로서 출사하고자 하는 뜻을 접고 상주 노곡으로 낙향하여 산림처사로 살고자 하였다. 그러나 식산 이만부에게 은거는 사회적 모든 관계를 포기하고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을 후대의 학자들에게 전할 것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이만부에게 은거는 단순히 숨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언제나 백성을 생각하고, 유학의 본령과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공부에 전념하였다. 이만부의 학문이 박학을 추구하면서도 성리학을 중심으로 도학과 심성을 깊이 탐구하였던 것은 바로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만부의 호 식산息山의 쉼[息]은 무위가 아니라 고요함으로 마음공부에 불가결한 것이었으며, 일상의 행동거지에 숨을 쉬는 것처럼 절도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이만부에게 은거는 항상 깨어 있는 자세로 학문에 매진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만부는 14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겨 자신의 뜻을 후학들에게 전하고자 하였으며, 우리나라의 땅과 자연, 풍습, 음악 등 다방면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를 남겼던 것이다.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선조의 학문을 이은 후손들
식산 이만부의 후예들은 선조의 뛰어난 업적을 계승하면서도 삶이 자세도 같이 계승하였다. 손자 강재 이승연과 증손자 임하 이경유를 비롯한 뛰어난 후학들이 대대로 배출되어 조선의 학문계에 면면한 줄기를 이루었다. 이들은 이만부의 널리 공부하고 세밀하게 검증하는 학문적 방법론을 계승하면서 상주를 중심으로 이만부의 사상을 전파하고자 노력하였다. 이승연과 이경유, 이병조 등은 실용적인 학문뿐만 아니라 예학과 심성 수양에까지 폭넓게 관심을 가지며 방대한 저술과 수준 높은 예술 활동을 펼쳤다. 후학들은 그러한 이만부의 정신과 남긴 업적을 기리고 학문을 계승하며 상주지역 문화를 고양시켰다.
식산 이만부의 학문과 예술 세계, 조선 선비들의 삶을 엿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예술을 매우 좋아했다. 글씨와 그림은 그 사람의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항상 글씨를 쓰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산수화를 보면서 수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자연을 보면서 선비들이 가져야할 올바른 자세를 가다듬는 것은 선비들이 선비로서의 삶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것이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선비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소개된다.
이만부의 평생의 업적으로 조선에 필요한 학문이 무엇인가를 고민하였던 『도동편』 친필원고와 우리나라의 자연을 답사하고, 백성에게 필요한 공부는 무엇인가를 제시한 『지서』와 『독서일기』(경상북도 유형문화재)가 최초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그리고 조선 숙종대 영남지방의 대표적인 학자들과 이만부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사로간찰첩』, 이만부의 전서체 글씨를 모아 필첩으로 꾸민 『식산당전법』도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이다. 이만부의 아버지 이옥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남인학자의 대표적 인물인 허목의 글씨를 모은 『고문』과 이병연이 자신의 상반신 자화상을 그려 놓았던 『반농재유고』도 이번에 같이 공개된다.
식산당전법(위)
미수 허목 고문(아래)
이러한 전시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추구했던 삶과 예술을 이번 자리에서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전시로, 각종 질병과 사회적 갈등으로 혼란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우리 선조들의 삶을 통하여 오늘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같이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업무부서/국학기반본부 유교문화박물관 054-851-0802)
김승진 기자 tkon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