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도청 신도시 인근의 가일마을이 볼거리와 이야기를 품은 숨은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가일마을은 산자락이 마을을 품고 있는 길지(吉地)로 대로변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한 구비만 돌면 고풍스레 자리하고 있는 고택과 마을을 품고 있는 뒷산, 마을 앞 저수지가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이곳은 도청 신도시뿐 아니라 하회마을과도 5㎞ 이내에 위치한다.
가일마을은 안동권씨 복야공파 권항(權恒)이 입향한 이후 500년 동안 이들 삶의 자취가 이어진 안동권씨 집성마을이다. 옛날에 지곡(枝谷)이라 불렀고 안동 권씨와 순흥 안씨가 사이좋게 땅을 갈라 사는 집성마을이다. 훗날 지(枝)자를 가(佳)로 바꾸었는데 이는 마을 앞 풍산들 너머 솟아오르는 아침 해의 장관이 아름답다고 해서 아름다울 가(佳)자로 바꾸어 가일 또는 가곡이라 불린다.
마을에는 국가민속 문화재인 수곡고택과 권성백 고택을 비롯해 선원강당, 화산신도비, 남천고택 등 6점의 문화재와 노동서사, 노동재사, 동곡재사, 야유당 등 4점의 안동문화유산이 있다.
마을의 중심부로 들어서면 화산(花山) 권주(權柱) 선생이 생전에 살던 병곡종택(시습재)과 선생의 유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수곡고택, 권성백고택, 남천고택, 야유당과 권오설 열사 생가터 등 역사적 건축물들을 둘러볼 수 있다. 요즘 수곡고택에서는 한옥체험이 가능하고 고택 안에는 작은 카페도 운영한다. 또, 도청이 들어서면서 문을 닫은 풍서초등학교는 역사문화박물관으로 꾸며졌다.
병곡고택
가일마을은 유구한 전통마을의 역사 너머로,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혼과 기개가 이어진 곳이기도 하다. 우암 권준화를 비롯해 권오헌, 권영식, 권오상 등 13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고, 대한광복회사건과 6.10만세운동의 족적이 뚜렷하다. 특히, 6.10만세 운동을 준비하다 체포돼 옥중 순국한 후 일제에 의해 철관에 묻혔다 2008년 부부합장을 위해 봉분을 여는 과정에서 확인된 권오설 선생이 이 마을출신이다.
권오설 선생은 1919년 3.1 만세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그해 가을에 마을로 돌아왔다고 한다. 문중 소유의 노동서사와 노동재사에 원흥학술강습소를 세우고 청년교육, 농민운동을 펼쳤다. 이 시기에 권오설이 민족시인 이상화에게 보낸 애틋한 내용의 엽서가 지난해 발견되기도 했다. 노동서사는 1770년(영조 46) 방숙 권구의 덕을 기려 창건된 곳이다. 노동재사는 유생들의 숙소로 쓰이던 곳으로 현재는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가일서가라는 동네 한옥 책방이 들어서 있다.
이 마을은 2018년부터 13억 원을 들여 시행한 ‘가일 전통문화마을 관광자원화 사업’을 통해 업그레이드 됐다. 마을입구 가곡지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수변데크가 조성되고 조명이 설치돼 야간볼거리도 늘렸다. '달 그네'도 설치되면서 수변 조명과 함께 포토 존으로 인기다.
저수지 입구에는 ‘항일구국열사 권오설 선생 기적비’가 세워져 있다. 그 옆에는 이를 추모하듯 마을의 터주대감이라 할 수 있는 회화나무와 왕버들이 버티고 서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도청 신도시 인근에 하회마을, 병산서원 뿐 아니라 가일마을과 오미마을, 소산마을 등 전통마을이 신도시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며 “인근의 호민지 생태공원과 4곳의 전통마을을 연계해 신도시와 함께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제공/안동시공보)
김승진 기자(tkon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