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온뉴스 12월의 시] '가족의 망' 이상백 시



  • 양파망 안에 꼭꼭 붙어 있던 양파

    한 알씩 꺼내 바구니에 담는다

    몇 개가 맞붙어 있던 자리에 상처가 생기고 무르기도 했다.


    우리도 몽글몽글 함께 잘 살고 있다고 보였던

    가족의 망에서

    꼼짝없이 맞닥뜨려 말없이 무르기까지 해도

    형제가 제각기 살림을 내면서야 그 상처가 보였다.


    양파야 그 흠과 무른 곳을 벗겨내고 도려내면

    어떤 것과도 잘 어울려

    제 몫을 다 하는데


    우리들은

    제 상처만 더 커서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고

    갑자기 소식을 끊은 뒤에야

    얼마나 덧나고 곪았으면 그랬냐고 그 상처를 물었다


    이만큼의 거리로

    더 상처받지 말라고

    바구니에 양파를 한 알씩 떼어 놓다가


    그래도

    좁은 집에 맞붙어 살던 그 상처가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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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날 : [24-12-01 00:44]
    • 김승진 기자[sjgim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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