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망 안에 꼭꼭 붙어 있던 양파
한 알씩 꺼내 바구니에 담는다
몇 개가 맞붙어 있던 자리에 상처가 생기고 무르기도 했다.
우리도 몽글몽글 함께 잘 살고 있다고 보였던
가족의 망에서
꼼짝없이 맞닥뜨려 말없이 무르기까지 해도
형제가 제각기 살림을 내면서야 그 상처가 보였다.
양파야 그 흠과 무른 곳을 벗겨내고 도려내면
어떤 것과도 잘 어울려
제 몫을 다 하는데
우리들은
제 상처만 더 커서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고
갑자기 소식을 끊은 뒤에야
얼마나 덧나고 곪았으면 그랬냐고 그 상처를 물었다
이만큼의 거리로
더 상처받지 말라고
바구니에 양파를 한 알씩 떼어 놓다가
그래도
좁은 집에 맞붙어 살던 그 상처가 새삼 그립다